"음식으로 느끼는 문학"
'걸레 빤 물 맛이 난다', ' 無 맛이 난다', '솔직히 거품이다' 평양냉면을 먹어본 사람들의 부정적인 표현이다. 다른 냉면들에 비해 심심한 간 때문에 생겨난 평가이다. 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먹어본 평양냉면의 맛은 달랐다. 오늘은 내가 먹어본 평양냉면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기방에서 꽃 피운 진주냉면과 평양냉면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는 말이 있다. 술을 마시고 난 뒤 면을 먹는다는 말이다. 추운 겨울철 얼음을 이용해 만드는 차가운 면요리인 냉면은 고려시대에서 시작하여 조선을 거쳐 지금에 이른다. 그동안 냉면은 기방 문화의 중심에 선 음식이었다. 기방문화는 단순한 유흥업소가 아니었다. 양반들이 풍류를 즐기는 문화로 화려하지만 고급진 문화였다. 그런 문화 속 술에 취한 양반들이 해장을 위해 먹었던 음식이 냉면이다.
진주 냉면이 탄생한 진주에는 바다가 근접해 있는 기방이 있었다. 그런 곳에서 구할 수 있는 육수재료는 다양한 해산물이다. 다양한 해산물을 사용해서 화려한 풍미를 일으키고,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무쇠를 달궈 육수에 담근다. 화려하다. 그런데 거기에 고명까지도 화려하다. 얇게 썬 홍고추는 기본이며, 해산물을 그렇게 넣고도 지단에 육전까지 넣는다.
반면 평양 기방을 중심으로 발전한 평양 냉면은 정반대이다. 평안도 지방의 척박한 환경에서 나오는 재료들은 단순했다. 꿩, 소, 메밀, 동치미가 다였다. 여백이 있었다. 그런 단조로움이 어쩌면 조선시대 고지식한 문인들을 사로잡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양반들의 음식인 평양냉면을 먹을 기회가 왔다.
평양냉면에 빠지는 법
26년 5월 13일 나는 중고 물건을 사기 위해 금천구 독산동에 잠시 들렸다. 바로 그곳에 독산동 한편에 자리를 잡은 진영 면옥이 있다. 그런데 이 작은 가게, 웨이팅이 걸려있었다.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찰나의 순간에 나는 웨이팅을 걸었다. 나는 진주냉면은 많이 먹어봤지만 평양냉면은 처음으로 먹어본다. 아무 맛이 안 나더라도 한번 탐구해 보자라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은 평양냉면의 이미지처럼 단조롭지만 편안했다. 나무로 된 탁자로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앉았다. 앉아서 생각했다.
'리뷰에서는 수육과 녹두전에 냉면을 먹던데...'
나는 흔히 말하는 소식좌다. 그래서 메뉴를 봤다. 수육 반접시가 있었다.
'이거다'
수육 반접시에 평양냉면을 하나 시키고 나니 어느샌가 물 한 컵이 있다.
'뭐고 이건?'
한 모금 마시려 잡으니 컵이 따뜻했다. 따뜻한 음료인 듯 보였다. 마시니 알 순 없지만 익숙한 향기가 났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건 면수였다. 메밀 함량이 높은 집은 자신 있게 내놓는다고 한다. 깔끔했다. 중독성이 있어서 한 모금이 두 모금이 되고 두 모금이 세 모금이 되더니 끝내 바닥을 봤다.

음식이 놓였다. 하지만 면요리는 아니었다. 에피타이저 수육이었다. 나는 고민이 들었다. 이걸 먼저 먹으면 나중에 입이 적응해서 육수 맛을 못 느끼는 건 아닌가. 하지만 먹었다. 한 점이 두 점이 되고 두 점이 세 점이 되더니 끝내 바닥을 봤다. 한 점을 먹을 땐 아무 겉치레 없이 먹었다. 입안에서 포근하게 씹혔다. 너무나 맛있는 한 점의 수육이었다. 그 뒤로는 무아지경이었다.

수육을 처리하고 입맛을 다실 때 쯤 주인공이 등장했다. 평양냉면. 소문처럼 단순해 보였다. 계란 지단, 얇게 썬 고기, 동치미, 면이 다였다. 국물부터 한 모금. 그릇 채로 마셨다. 다른 풍미는 느껴지지 않았다. 고기의 육향이 나고 동치미의 감칠맛이 약하게 느껴졌다. 내가 평소에 저염식을 안 했다면 이걸 느낄 수 있었을까 생각을 할 정도였다. 다시 한 모금 마시곤 천천히 비볐다. 비비고 난 뒤 면을 후루룩 먹었다. 의도한 것이다. 메밀면을 먹을 때 메밀의 향을 많이 느끼고 싶어 내가 자주 하던 방법이었다. 그렇게 한 입이 두 입이 되고 두 입이 세 입이 되던 어느새 내가 또다른 맛을 즐기고 있었다. 훌훌 맛을 읽어 내려갔다.
처음에는 육향과 동치미였던 육수 맛에 어느샌가 메밀향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왜인지 녹두의 풍미도 느껴졌다. 다른 맛은 없다 오로지 그 맛 들이었다. 단조롭지만 짜지 않고 심심하지만 확실한 맛이었다. 각 재료의 풍미가 모여 맛이 되었다. 분명 짠맛도 매운맛도 신맛도 없는데 맛이 있었다. 마치 헤밍웨이의 소설 같았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판매: 아기 신발,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뜬금없지만 이걸 보고 상상해 보자 아기 신발이 중고 사이트에 올라온다. 그런데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단다. 슬픈 감정을 넘어 비통하다. 그런데 이 문구에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는 없다. 그런데 감정이 느껴진다. 이건 헤밍웨이가 냅킨에 썼다는 가장 짧은 소설이라는 설이 있는 글이다.
평양냉면도 그렇다 감정을 나타내는 말은 없지만 감정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천천히 육향과 동치미로 담담하게 스토리가 흘러간다. 그러다 어느샌가 객관적 상관물인 메밀향과 녹두향이 등장을 하고 정말 정말 맛있어진다. 하드보일드한 소설을 음식에서 찾았다. 나의 평양냉면 입문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들 이 맛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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